BIM은 정말 나에게 저녁을 선물할 것인가?

  아키캐드Archicad로 설계도구를 바꾼지 1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동안 한옥프로젝트 2개, 연구실 인테리어 1개, 근생프로젝트 2개, 기타 1개 정도 진행한것 같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시공까지 진행된 건 아니고…계획안 정도만 진행한 플젝도 있다. 한옥프로젝트 1개, 인테리어 프로젝트 1개정도가 납품까지 한 플젝이고, 현재는 근생프로젝트 1개가 기본설계를 진행중이다. 오토캐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참고참아, 6개 프로젝트를 1년정도 쓰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손에 익은 것 같다.

  건축가마다 설계도구가 모두 다르겠지만, 아마 아직까지 가장 대중적인 툴은 오토캐드로 도면을 그리고, 스케치업으로 모델링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 주변의 건축가의 90%이상? 그래도, 대형사무실에서는 BIM을 무척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은데,  정림에서는 오토데스크와 레빗 템플릿과 라이블러리 구축을 마쳤고, 희림에서도 진작 레빗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들었다. 다른 대형사무소들도 이미 교육을 마쳐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내주변에는 BIM툴을 쓰고 있는 사람이 안보이는 걸까?…

  아직까지는 각종 플러그인과 리습으로 무장된,오토캐드를 단숨에 접기는 쉽지 않다. 세움터 작업과 협력업체 협의, 직원들간 협업을 할때도 어쩔수없이, 오토캐드를 써야하만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나역시 지금까지 상황상, 습관상, 조건상, 환경상…변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럿이 하는 프로젝트보다 오히려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겨우겨우 전체과정을 BIM툴로 진행할 수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첫번째 BIM 툴은 ‘레빗’이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건 대학교 3학년,그러니깐, 벌써 12년 전인 2004년 ‘건축실무’라는 수업에서 였다. 아마도 난 도면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나보다. 손도면은 참 좋아했는데… 실시도면을 그리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캐드의 레이어 개념도 잘 모르는 풋내기 시절에, 난 용감하게도 ‘레빗’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실시도면을 그리겠다고…교수님께 제안(?) 했었다. 버전이 몇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레빗이 나온지도 얼마안되서 였을 것이다. 그때 교수님은 지금 생각해도 스케치업을 무척이나 잘쓰셨던 걸로 기억되지만, 자기가 레빗을 알려줄수는 없지만 한번 해보라고는 하셨다. 그 결과는…마감이 다 되서야, 한계를 깨닫고, 겨우겨우 캐드로 다시 그려서 마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운좋게, 실무 첫번째 프로젝트에서 BIM툴을 사용했다. 그것도 무려, 카티아 기반의 Digital Project. 프랑크게리가 만들었다는 그 프로그램이다. 날아가는 디자인을 풀기위해, 회사에서 이미 선택한 툴이었고,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팀장님 지휘하에…사용법을 익혔고, 어느정도 익숙해질 무렵까지…점을 찍었다. 아마 수만개의 점을 찍었던 것 같다. 그 몇개월의 노고를 BIM 어워드 대상으로 보상받았으나, 여러 이유로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지 않은 것이 참 아쉽기도 하다. DDP의 형상을 이프로그램을 통해, 실시설계로 풀었으니, 이 툴의 훌륭함은 이미 증명된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이 쓰기에는 매우 비싸고, 다소 어렵다. 내가 두배정도 똑똑하면, 쓸만한 프로그램 같다. 난 박스형 디자인도 아직 너무 어렵다.

잠시 방황하며, 건축계를 벗어난 1년동안, 건축툴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는 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컨퍼런스를 찾곤 했다. 다시, 건축계로 돌아와 한옥설계를 주로 하면서, 첫번째 한옥프로젝트를 마칠때 즈음, CAD의 비효율성, 2D와 3D의 불일치 등등 의 문제점에 BIM 툴에 대한 갈증은 극에 달했다. 특히, 한옥 도면은 일반적인 도면보다, 도면양이 많고 복잡하다보니, 평면이 조금만 수정되면…생각만해도 힘들다.

한옥에 적합한 BIM툴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는 있었다. 군대때, 몰래 점프뛰면서까지 들었던 ‘한옥의 현대화’ 세미나에서 알게된 목수님이 ‘아키캐드’로 한옥BIM개념의 HIM으로 한옥설계를 쉽게(?), 빠르게(?) 하는 것을 본지도 꽤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저작권 때문에 풀리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이미 ‘레빗’으로 한옥설계자동화를 개발(?)했다는 것도 알고있었다.  옛회사 선배가 그연구실에서 디지털프로젝트로도 파라메트릭 기반 한옥설계 자동화(?)로 학위를 받고, 유학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 플러그인 개념인지, 별도의 프로그램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로 간절하게 그것을 원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침 그 연구실에 있는 대학동기에게, 물어보았으나, 개발되기는 했으나 불완전하고, 역시나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언제 풀릴지 모른다고 한다.

(운좋게도, 페친님(김호중)께서 이 연구실에서 시연하는 것을 영상으로 올려줘서, 대강 내용을 알수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국내에도 아키캐드 파워유저(?)들이 많이 있었고, 한옥설계에서도 실무에 꽤 쓰이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활동하는 오민석건축가님이 제일 도움이 되었다. )

결국, 나혼자 한옥설계에서 BIM 툴을 한번 써보기로 했다. 레빗을 쓸까했는데, 읭? 맥용이 없다. 맥에서 돌아가는 BIM툴은 몇개없다. 전문가가 쓸만한건 아키캐드, 벡터웍스 정도…벡터웍스는 아예 국내유저가 없다고 보여지고, 그나마 국내에 쓰는 사람이 있는 아키캐드로 결정했다. 맥에서 다시 윈도우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번갈아가면서 쓸 자신은 더 없었고…

 “한번 부딪혀보자”라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아키캐드로 진행하기로 결심했고, 약 6개월 동안 나는…저녁을 반납해야 했다. 결국은 건축주가 만족할 만한 설계안도 나오고, 서울시 한옥심의도, 종로구 건축위원회 심의도, 종로구 문화재심의도, 건축허가도 무사히 마쳤지만…물어볼 사람도 없고, 책한권과 유투브 보며, 꾸역꾸역 따라하면서 익힐 수 밖에 없었던, 그 6개월은 자꾸 오토캐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의 싸움이었던것 같다. 생각하는 것, 손끝으로 그린 것을  빠르게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 그 입체적인 것을 바로 도면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 과정을 무한대 반복해도, 모델링과 도면이 다르지 않은 것. 파일하나로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것.

의도치 않게, 파일럿 프로젝트가 된 ‘누하동 한옥’의 건축주분들께 사실 여러모로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아직 오토캐드의 도면퀄리티까지 내지는 못해서인지, 심의받고 허가받으면서, 참 우여곡절도 많았고, 지체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시공중인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향후 차근차근 남길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이 BIM툴은 약 6개월정도는 나의 저녁을 완전히 빼았아 갔고, 그 후로는 확실히 프로젝트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툴이 되었다. but. 그만큼 남은 시간동안,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는 무서운 현실이 있지만, 약 1년동안 이 툴의 재미 푹 빠져서 지낸 것 같다.

  건축설계툴을 잘 다루는 것은 건축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건 단지 일을 잘하는 것뿐. 이바닥에서는 빠른 모델링과 도면화가 일을 잘하는 척도이고, 먹고사니즘이 중요한 세상에서, 일을 빨리 쳐내는 건, 꼭 필요한 능력이다. 대신, 짧은 시간안에 좋은 퀄리티는 내는 것만 된다면…말이다.  야근 없이, 일과시간에만 집중해도, 일정 안밀리고,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다면, 좋은 도구를 쓰지 않을 이유도 없다.

충분한 휴식에서, 좋은 컨디션이 나오고, 좋은 컨디션에서, 좋은 건축이 나온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 그만 툴툴거리고, 잠이나 푹자야지.

내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 기분좋은 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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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7.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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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우리건축사사무소, 160707

작년 9월부터였으니, 10개월이 됐나보다. 한옥에서 일한지.

한옥.

부끄러움때문이었다.

대학생때, 고등학교 동창친구들과 안동으로 여행을 갔고,

하회마을에서 한창 구경을 하다가,

재윤이가 나에게 말했다.

“야, 설명 좀 해줘봐.”

“…..음….저건 양반집이야……”

“그게 다야? ”

“…..사실 나도 잘 몰라…”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고, 부끄러웠다.

나름 건축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착각했던 시절이라, 충격이 좀 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라고 누가 말했다는데,

내가 정말 한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때부터 였다. 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건.

가끔 한옥에 갈일이 있으면, 좋다. 특별하다.

전통사찰들 가면 좋고, 보면 좋았다. 하지만 잘 몰랐다.

내 삶의 주변에는 한옥아닌 집이 월등히 많았고,

내가 살았던 집들은 다 아파트, 빌라, 연립, 그냥 주택 이었으니깐.

 

김봉렬, 황두진 책을 찾아 읽었다.

지강일이랑 이재상이랑 한옥공모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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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환 목수가 하는 세미나를 들었다.

전시회에서 부스를 만드는 일을 도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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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연이 되어, 한옥도면을 그리는 알바를 했고,

기대치 않았지만, 책에 이름도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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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한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돌아돌아,

지금 한옥설계를 하고 있다.

이제 좀 알것같다.

부재하나하나 명칭부터, 어떻게 조합되고, 한옥에서 뭣이 중한지.

건축사로 내가 한 첫번째 설계가 한옥이었다는게,

믿기지는 않지만

10개월동안 한옥설계를 하면서,

모든게 첫경험이니 좌충우돌 삽질도 많이하고,

아직도 날밤까며, 몽롱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적어도 친구들한테, 한옥에 대해서

한마디, 두마디, 세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같다.

 

짧지만 찐하게 한옥설계를 하면서,

경험많은 사무실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지금 있는 한옥으로 된 사무실이 가장 도움이 된다.

공간이 궁금하면, 느껴보고,

부재사이즈가 궁금하면, 재보고,

연결부분이 궁금하면, 관찰하면 된다.

모든 한옥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틀린 디테일을 그리지는 않는다.

 

설계를 가장 잘 할수있는 방법은,

그 땅에 가서 계속 그려가며 확인해가면서 설계하면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한옥을 설계하면서, 한옥사무실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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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마루에 누워서, 하늘을 볼때마다.

마당의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무화과를 볼때마다.

신발벗고, 약간 높은 방바닥을 딛을때마다.

바람에 대문이 닫히면서, 서로 부딛힐 때마다.

비가 오면, 문이 불어 잘 안닫힐 때마다.

마당에 모여, 고기를 구울때마다.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이.

삶에 숨구멍을 마구마구 뚫어준다.

그 시원함이,

내가 설계하는 한옥들에도 잘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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