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05. 마음바쁨

한동안 참 바빴다.

 

다시 일에 치여,

몸을 추수릴 여유도,

글 한줄 남길 여유도,

깊이 생각하며 일할 여유도,

책 한줄 읽을 여유도,

없었다.

 

스스로 한 작업보다

남에 의해서 진행되는 작업이 더 많다보면,

간혹 이렇게 맛탱이가 가면서,

몸만 피곤할 때가 온다.

 

또 다시, 흥미를 잃고, 지칠까봐

모처럼 흠뻑 내린 비마냥

잠깐 쉬어가야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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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7.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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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우리건축사사무소, 160707

작년 9월부터였으니, 10개월이 됐나보다. 한옥에서 일한지.

한옥.

부끄러움때문이었다.

대학생때, 고등학교 동창친구들과 안동으로 여행을 갔고,

하회마을에서 한창 구경을 하다가,

재윤이가 나에게 말했다.

“야, 설명 좀 해줘봐.”

“…..음….저건 양반집이야……”

“그게 다야? ”

“…..사실 나도 잘 몰라…”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고, 부끄러웠다.

나름 건축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착각했던 시절이라, 충격이 좀 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라고 누가 말했다는데,

내가 정말 한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때부터 였다. 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건.

가끔 한옥에 갈일이 있으면, 좋다. 특별하다.

전통사찰들 가면 좋고, 보면 좋았다. 하지만 잘 몰랐다.

내 삶의 주변에는 한옥아닌 집이 월등히 많았고,

내가 살았던 집들은 다 아파트, 빌라, 연립, 그냥 주택 이었으니깐.

 

김봉렬, 황두진 책을 찾아 읽었다.

지강일이랑 이재상이랑 한옥공모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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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환 목수가 하는 세미나를 들었다.

전시회에서 부스를 만드는 일을 도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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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연이 되어, 한옥도면을 그리는 알바를 했고,

기대치 않았지만, 책에 이름도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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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한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돌아돌아,

지금 한옥설계를 하고 있다.

이제 좀 알것같다.

부재하나하나 명칭부터, 어떻게 조합되고, 한옥에서 뭣이 중한지.

건축사로 내가 한 첫번째 설계가 한옥이었다는게,

믿기지는 않지만

10개월동안 한옥설계를 하면서,

모든게 첫경험이니 좌충우돌 삽질도 많이하고,

아직도 날밤까며, 몽롱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적어도 친구들한테, 한옥에 대해서

한마디, 두마디, 세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같다.

 

짧지만 찐하게 한옥설계를 하면서,

경험많은 사무실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지금 있는 한옥으로 된 사무실이 가장 도움이 된다.

공간이 궁금하면, 느껴보고,

부재사이즈가 궁금하면, 재보고,

연결부분이 궁금하면, 관찰하면 된다.

모든 한옥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틀린 디테일을 그리지는 않는다.

 

설계를 가장 잘 할수있는 방법은,

그 땅에 가서 계속 그려가며 확인해가면서 설계하면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한옥을 설계하면서, 한옥사무실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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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마루에 누워서, 하늘을 볼때마다.

마당의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무화과를 볼때마다.

신발벗고, 약간 높은 방바닥을 딛을때마다.

바람에 대문이 닫히면서, 서로 부딛힐 때마다.

비가 오면, 문이 불어 잘 안닫힐 때마다.

마당에 모여, 고기를 구울때마다.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이.

삶에 숨구멍을 마구마구 뚫어준다.

그 시원함이,

내가 설계하는 한옥들에도 잘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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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3]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을 보고…

내 인생이 다큐라서 그런지,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이 간다.

주제가 건축이라면 두말할것 없다.

운좋게도 제10회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2013 http://eidf.org) 프리뷰어로 선정되어 몇개의 다큐에 대한 나의 감상을 적는다.

그 첫번째 다큐.

무에서 영원을 보다:안도 타다오의 건축 (Tadao Ando – From Emptiness To Infinity)

Mathias Frick /  Germany  / 2013

 

내 건축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축가는 누구일까?

02년도 대학에 들어가면서, 건축에 대해 알게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몇몇 건축가.

지금 기억이지만, 르 꼬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 로에, 루이스 칸…..그리고 안도 다다오 였다.

2학년이 되어서 건축설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 살아있는 건축가의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교수님들과 선배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건축을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프리츠커 상까지 거머쥔 건축가’,

‘권투선수 출신의 건축가’,

‘사무실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권위적인 건축가’,

‘노출콘크리트의 최고의 경지’ 등등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인 그때,

세계무대에서 무척이나 활약하는 이웃나라 건축가가 무척이나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일본건축여행’이었다.

빛의교회, 명화의 정원, 타임즈 쇼핑센터, 물의절, 갤러리 아카, 콜레지오네 등등

그리고 나의 두번째 해외여행도 ‘일본건축여행’이었다.

물의교회, 효고현립미술관, 우드뮤지움 등

그 외에도 유럽에서 꽤 많은 안도의 건축을 만났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이미 많이 보아온바, 건축의 퀄리티는 이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의 대학시절 대부분의 건축설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가장 많이 보고 아끼는 작품집도, 안도 다다오 엘크로키다.

2005년 쯤인가, 한국에 강연온 안도 다다오를 강연후 달려가, 그 무거운 엘크로키 책 첫페이지에,  1등으로 싸인 받았을 정도였으니,

이 살아움직이는 대가는 내 건축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다큐에서 나온 작품들을 대부분 내가 다녀온 곳들이었다.

오랜만에 그때의 감흥과 기억이 떠올라,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옛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

그때, 내 가슴 속에 품었던, 건축에 대한 이상….나도 대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과 확신….

 

풍문으로 들리던 소문을 이번 다큐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사무실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필요한 때마다, 직원들을 부르고, 이야기하고, 이야기 듣고….

권위적이라고 보일 정도로, 그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그의 건축관과 그 시스템 속에서

최고의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나와 비슷한 건축인들의 모습에서,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무척 궁금해진다.

사무실에 걸려있는 권투글러브와 권투선수 시절의 안도 다다오의 모습까지…

물론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잘생긴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권투와 건축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그의 말.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투시도보다는 계속 손으로 그려야한다는 그의 말.

오랜만에 나에게 건축적으로 채찍질이 되었다.

 

살아있는 전설.

10월에는 꼭 한솔뮤지엄을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10월에는 꼭 이 부족한 글을 다시 써야겠다.